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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서'

『겨울 뉴런』, 조은설 시집

이지우 기자 | 기사입력 2020/04/28 [09:06]

'우포늪에서'

『겨울 뉴런』, 조은설 시집

이지우 기자 | 입력 : 2020/04/28 [09:06]

 

  조은설 시집.                                                             © 포스트24


 

                                                       우포늪에서

 

                                                                                                조 은 설

 

쥐라기 적 우주를 떠돌던 공룡 한 마리 우포에 발자국 하나 찍고 갔다 발자국 안에 개밥바라기별이 떨어지고 부들이 우거지고 바람이 불더니 억년 시간이 잠깐 흘러갔다

 

문명의 첨탑 속에서 나는 갈대처럼 메말랐다 카이닉스 2’에게 눈물을 부탁하고 밤늦도록 시를 읽다가 문득 우포가 나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새벽 3, 공룡들이 지축을 울리며 쿵쿵 지나가고 있었다 시원의 분화구가 신의 손바닥에서 1.000도의 마그마를 뿜을 때, 불티들이 날아가 세상을 둥근 목숨들로 채울 때, 공룡들은 그들의 오만한 자리를 인간에게 건네주고 사라졌다 가슴이 서늘해졌다 우리 세상도 누군가에게 내주어야 할 그때가 온 건 아닐까?

아직도 덜 깬 어둠 속에서 꿈틀거리는 공룡 발자국, 그들의 염원이 가시연꽃으로 피고 마름이며 생이가래로 들끓고 있다

문득, 마음에 담은 죄가 눈물로 쏟아져 우포늪이 출렁거렸다 깃을 적신 백로와 따오기들이 눈 속으로 퍼덕이며 날아들었다

나는 이제야 당신이 아닌 내가 무너진 것이 백배나 나은 것을 알았다

 

 

 

 

 

 

    

      ▲조은설 시인

 

  〔약력〕
  □ 한국일보 여성 생활수기 당선
  □ 미네르바 등단
  □ 창조문학 대상, 월간문학상 수상
  □ 작품집:<소리들이 사는 마을> <사랑한다는 말은>< 거울 뉴런>
  □ 한국시인협회 회원, 미네르바 이사, 풀꽃문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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