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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안의 미술기행 (12)

도윤희 개인전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2/02/23 [09:45]

신수안의 미술기행 (12)

도윤희 개인전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2/02/23 [09:45]

                                                 <BERLIN> 도윤희 개인전, 

                                             갤러리 현대 (서울 종로구 삼청로 14)

                                                        2022.1.14.~2.27

 

 

【글, 사진 =신수안, Artist Sooan Shin봄이 오기 전 2월은 쓸쓸하면서도 설레는 기분이 동시에 드는 오묘한 달이다. 눈이 내리기도 하지만 따뜻하기도 한 2월에는 회화 작품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회화가 마음 한편을 채워 기분을 달래준다고 생각한다. 실재하는 소재나 배경이 밑바탕이 되어 다채로운 해석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구상회화와 달리, 추상회화는 감상자 나름대로 그림을 해석하고 바라보는 걸 허용하는 측면이 짙다. 그렇기에 작가의 의도나 생각만큼 감상자가 그림을 마주할 때의 기분과 태도 또한 중요하다. 이렇듯 그림으로 공허한 마음을 채우고 싶었기 때문일까, 나는 도윤희 작가의 페인팅 작품을 보러 삼청동에 있는 갤러리로 발을 내디뎠다.

 

                <Untitled>, 2018, Oil on canvas, 200x150cm

 

도윤희 작가의 말에 의하면 “나의 작업은, 현상의 배후에 숨겨져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일이다.”라고 말한다. 이 작가는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나아가 손으로 물감을 뭉개고 찍고 비비고, 때로는 유리병이나 망치 등을 활용해 역동적인 페인팅을 한다. 작가의 육체적 그리기 행위는 눈앞에서 서성이고 아른거리는 색, 형태, 빛을 재빠르게 붙잡기 위한 일이다. 도윤희 작가의 캔버스 안에서 이글이글 생명력을 뱉어내는 물감 덩어리와 자국들은 환상성보다는 어떤 형상에 대한 은유를 내포하는 것 같다. 생소한 장면이 파노라마처럼 휘리릭! 지나가는 것 같으면서도 기억 속 현상을 포착하려는 느낌이랄까. 산수화에 꽃을 심어놓은 듯한 이 작품을 보면서 영국 화가 피오나 래(Fiona Rae)의 페인팅이 떠올랐다. 꽃처럼 보이는 형태가 없음에도 이러한 생각이 든 까닭은, 회갈색인 현재 나의 심정이 곧 다가올 봄을 기다리고 있는 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Untitled>,2016-2018, Oil on canvas, 200x150cm  

 

앞에서 보여준 작품과 이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화면에 세 가지 힘이 느껴진다. 거칠게 흘러넘치는 힘과 응축된 힘, 그리고 은은하게 스며들어 퍼지는 힘이다. 이 세 요소가 그림 안에서 자유롭게 방출되면서 작가만의 그림 언어가 만들어져 재미있다. 이 때문에 작가만의 고유한 분위기가 잘 형성되는 것 같다. 위 작품에서는 가로로 일렁이는 물감 자국 때문인지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모네의 수련이 생각난다. 왠지 진분홍색 연꽃이 두둥실 물 위에 조용히 떠 있는 것 같다. 이뿐 아니라 정원이 비쳐 아른거리는 수면처럼, 그리고 비 오는 날 물웅덩이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감상자의 관점에서 이 장면, 저 장면 떠오르는 게 많아 자유롭게 연상하며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추상회화의 장점이 아닐까 싶다.

 

            <Untitled>,2018-2021, Oil on canvas, 250x195cm

 

도윤희 작가 작품에서 특이한 것은, 자기 색을 강렬하게 내뿜는 물감 뭉치들이 그림 곳곳에 배치되있다는 점이다. 다른 부분보다 두껍고 색이 상대적으로 화려해서 이 색 덩어리들이 작품에서 반짝이는 보석 같은 효과를 주는 듯하다. 마치 여성이 귀걸이를 착용했을 때 더 아리땁게 보이는 것처럼, 물감 뭉치 덕분에 그림에 한 번 더 눈길이 가고 주변과 조화로워 보인다. 그래서 위 작품을 봤을 때 글리터(반짝이는 입자) 물감을 그림에 얹은 듯한 착각이 든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의 모든 작품은 Untitled(무제)라는 이름으로 통일되어 있다. 그래서 전시의 제목이자 여섯 개의 대문자로 이루어진 <BERLIN>에 어쩌면 더 집중하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베를린은 작가에게 어떤 도시이고 어떻게 삶과 작업에 변화를 주었던 걸까? 그리고 어떤 이유로 전시 제목을 <BERLIN>으로 짓게 되었던 걸까? 작가 삶의 어떤 지점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베를린’이 지속적이고 매우 강렬하게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이번에 도윤희 작가 개인전을 보면서 작가의 심미적 경험이 피워올린 예술성에 취해보았다. 이 덕분에 2월의 내 텅 빈 마음에도 향긋한 냄새를 채워주는 기분이다. 도윤희 작가 개인전은 갤러리 현대에서 2월 27일까지 계속되니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직접 가서 감상하면 좋을 것이다. 

 

 



 

 

 

 

 

 

 

 

▲ 신수안 Artist Sooan Shin

 

 【약력】

□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전공 / 런던예술대학교 캠버웰 컬리지 오브 아트 회화과 석사 졸업

□ 2021 개인전 핑크빛 너울, 물든 눈동자, 파비욘드 갤러리, 서울 / 이외 단체전 다수 참여 /

    제1회 청년미술축제 청년미술협회상 수상 / 작가 웹사이트: www.sooan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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