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안의 미술기행 (10)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전,

이영자 기자 | 기사입력 2021/12/15 [21:37]

신수안의 미술기행 (10)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전,

이영자 기자 | 입력 : 2021/12/15 [21:37]

                                          앤디 워홀 <앤디를 찾아서>전,

                    에스파스 루이비통 서울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로 454, 루이 비통 메종 서울)

                                                 2021년 10월 1일~ 22년 2월 6일 

 

 “앤디 워홀에 대해 알고 싶다면 저와 제 페인팅, 영화에 드러나는 모습을 보면 됩니다. 그 이면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앤디 워홀

 

【글, 사진 =신수안, Artist Sooan Shin】 찬 바람이 쌩쌩 부는 늦가을날 하루, 서울 청담동에 있는 에스파스 루이비통에 들렀다. 이곳은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중 하나로, 동시대 미술작가에게 영감을 주는 20세기 작품을 소개하고자 설립되었다. 서울, 도쿄, 뮌헨 등 전 세계 여러 도시에 있으며 컬렉션 소장품 전시와 기획전을 선보여 대중에게 예술과 소통하는 창을 열어주고 있다. 앤디 워홀 전시는 필자가 재작년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는데 가까운 서울에서도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을 갖고 방문했다. 당시 그곳에는 휘황찬란한 색감의 팝아트와 유명인사를 모델로 한 실크스크린 작품 위주로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번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는 워홀의 사진 작업을 비롯해 자화상을 시리즈별로 전시해놔서 다채로운 그의 예술세계를 볼 수 있었다. 앤디 워홀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그는 우리에게 토마토 수프 통조림, 마릴린 먼로 판화 작품 등 팝아트로 잘 알려진 미국 예술가이자 영화감독, 프로듀서다. 페인팅, 판화, 사진, 영화, 조소 등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예술적 표현과 TV 및 대중매체, 1960년대 유명인사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업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워홀은 언더그라운드와 동성애 문화도 다루어 사회적, 문화적으로 세계에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앤디 워홀의 대표작들은 주로 실크스크린으로 제작되었다. 이것은 판화 기법의 하나로, 천에  미세한 구멍을 낸 후 잉크를 부어 고무 기구로 밀어 누르면서, 구멍 사이에 잉크를 통과시키며 인쇄하는 방식이다. 다른 판화 기법보다 색상이 뚜렷하고 강렬하게 나타난다는 점과 인쇄가 비교적 간단하여 이전부터 상업미술에 빈번하게 사용되었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필자가 실크스크린을 배웠을 때 맘에 들었던 것이, 도안 하나로 원하는 만큼 판화를 제작할 수 있다는 점, 과정이 간단하다는 점, 그리고 결과물이 비교적 깔끔하다는 점이었다. 앤디 워홀은 이 기법이 하나의 대상을 갖고 매우 쉽고 빠르게 대량 작업을 할 수 있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고, 예술작품을 공산품을 제작하듯이 대량 생산했다. 그에게 미술은 더는 독창성과 창의성의 영역이 아니었기에, 익숙한 것을 들여와 귀족성 짙은 미술을 깨뜨리고 대중예술로 가는 길을 열어 팝아트를 꽃 피웠다. 

 

                       <Self-Portrait>, Acrylic paint and screenprint on canvas, 274.3x274.3cm, 1986

이 자화상은 워홀의 생애에서 거의 끝자락에 제작된 작품이다. 클로즈업된 얼굴만이 화면을 채우고 있어 데스마스크를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지만, 나사가 풀린 듯, 눈에선 텅 빈 공허함이 느껴진다. 검은 화면에 차가운 보랏빛으로 인쇄된 워홀의 얼굴은 비극적이고 무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워홀은 이 자화상을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걸친, 파릇한 민낯을 띤 본인의 모습을 보이고 싶었을 것이다. 또한, 그는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운명에 대해서, 자화상의 방식으로 시대의 초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을 가까이서 보고 있으면 얼굴만 둥둥 떠다니는 공포게임 귀신이 생각난다. 머리라도 차분하게 정리되어 있으면 괜찮았을 텐데, 헝클어지고 곤두세워진 머리카락이 워홀의 절망감을 더 강조하는 듯하다.

 

                     <Ladies and Gentlemen>, Acrylic paint and screenprint on canvas, 305x205cm, 1975  

            
워홀은 트랜스젠더 여성을 주제로 하며, 드래그적 유머와 이와 관련된 키치적 세계에 애정을 나타냈다. 이 작품은 워홀의 정체성에 대한 고찰을 다룬 초상이다. 여기에는 트랜스젠더 연기자이자 크로스 드레서 (이성의 복장을 입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 중 한 명인 빌헬미나 로스가 등장한다. 흥미롭게도 작품의 모델이 된 사람은 그다지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크로스 드레서라고 한다. 작품을 자세히 보면, 여성의 기호라고 여겨지는 긴 인조 속눈썹이나 패턴 있는 스카프, 귀걸이 등이 화려한 색채로 강조되고 있다. 워홀은 작품에서 채도와 색감을 임의로 조절해 모델의 모습을 부각했다.

 

                                <Self-Portrait in Drag>, Dye diffusion transfer print (Polaroid),

                                                 3 11/16 x 2 7/8 inches  (9.4 x 7.3 cm), 1986    

 

이 폴라로이드 사진 작품은 앤디 워홀이 실제로 분장을 하고 촬영한 것이다. 워홀은 드래그(drag)에도 관심이 있었는데 본인 스스로 이를 직접 행하고 작품으로 남겼다는 것에서 드래그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태도를 느낄 수 있었다. 흥미로운 점은 작가가 립스틱을 바르고 눈화장을 하고 긴 머리 가발을 쓴 것이 여성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남성이 여성처럼 보이는 방법론을 탐구했다는 것에 초점이 가 있다. 즉, 여성의 의복을 입은 남성으로서 아름답게 보이는 방식을 탐구하며 자신의 다양한 페르소나를 함께 연구한 것이다. 왜냐하면 셔츠에 넥타이를 맨 모습을 비롯한 남성 신체가 다 보이게끔 촬영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왼쪽 위 작품과 오른쪽 아래 작품을 비교해보면 피사체의 살결이 매우 환해졌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 이는 작가가 얼굴 잡티를 없애는 방법을 발견한 건데 여러 번 드래그를 할수록 살결이나 얼굴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는 방법을 연구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앤디 워홀 전시는 작가의 대표작인 채도가 강한 팝아트 작업보다는 본인의 다양한 면모를 탐구했던 자화상 위주로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 제목도 <앤디를 찾아서 Looking for Andy>여서, 작품마다 워홀의 어떤 모습이 담겨있을까 생각하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전시장 바로 옆 공간에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소개와 영상전시와 모던아트 및 동시대미술 작가들의 도록도 있어 관람객에게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이 전시는 내년 2월 초까지 열리며, 도슨트 관람이 가능하니 가기 전에 예약하고 가길 추천한다.

 

 



 

 

 

 

 

 

 

▲ 신수안 Artist Sooan Shin

 

 【약력】

□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전공 / 런던예술대학교 캠버웰 컬리지 오브 아트 회화과 석사 졸업

□ 2021 개인전 핑크빛 너울, 물든 눈동자, 파비욘드 갤러리, 서울 / 이외 단체전 다수 참여 /

    제1회 청년미술축제 청년미술협회상 수상 / 작가 웹사이트: www.sooansh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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