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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사로잡는 강물처럼 흐르는 스토리

리토피아 연재, 김현숙 소설 <흐린 강 저편>

송주성 기자 | 기사입력 2020/11/16 [23:42]

독자를 사로잡는 강물처럼 흐르는 스토리

리토피아 연재, 김현숙 소설 <흐린 강 저편>

송주성 기자 | 입력 : 2020/11/16 [23:42]

 

  ▲ 김현숙 소설가.                                                                                        © 포스트24

 

▶ 여행을 매우 좋아하며, 사람이나 사물이나 어느 장소에 가나 늘 오감을 최대한 활용, 세상만사, 모든 만물을 강렬히 느끼고, 삶 전체의 흐름에서 순간순간 포착되는 소재를 단숨에 낚아올려 작품화 시키는 김현숙 소설가를 인터뷰했다.

  

  ▲ 김현숙 장편소설.                                                            © 포스트24

 

Q : <흐린 강 저편>은 어떤 소설인가요?

A : 요즘 세태의 일면을 단적으로 말한다면, 소설적 상상력이 현실을 도저히 따라가지 못하는 기상천외의 일들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이 너무 살벌하고 험하게만 변모되어 가는 느낌입니다.

구약시대의 고대 도시 소돔과 고모라가 연상되는 무언가 잔뜩 불길하던 예감이 결국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인류 대재앙을 불러온 것일까요.

교육, 문화, 종교, 예술, 정치, 사회 각 분야에 강력한 제어와 정화 장치가 시급한 때라는 결론을 내립니다. 이러한 시점, 미력이나마 작품을 통해 적어도 가난과 낙후, 결핍에서 헤어나질 못했던, 그러나 사람 사는 세상의 따스한 온기와 가족애, 포근한 정 넘쳐흐르던 저 그리운 시절의 풍속화를 절절히 재현해내고 싶었습니다.

이른바 레트로(retro)를 지향하는 그런 소설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이 작품을 낳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 소설 창작 활동은 어떻게 하시는지 듣고 싶습니다.

A : 제게는 글을 쓴다는 일이 참으로 정신적인 사치의 극을 달리는 일이 아닐까, 가끔씩은 그러한 생각에 심히 자괴심을 느끼곤 합니다.

그 이유란 언제 어디서건 아무 때나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자연발생적으로 제 내면에서 결코 쉽게 솟구쳐 오르질 않는다는 점입니다. 주위의 모든 것이 제대로 잘 돌아가고 심신이 매우 쾌적하고 최적의 상태일 때만 아주 가끔씩 노트북을 열곤 비로소 무언가를 끄적여가는 그런 유형의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작품 생산이 과작일 수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 기인한 것이겠지요. 또한 늘 삶이 문학에 우선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에서도 쉽게 헤어나질 못하여 때론 그러한 자신에 많이 절망하곤 하지만 그게 쉽게 바꿔지진 않아 그게 저의 한계라면 한계랄 수밖엔 없겠습니다.

자료 수집을 위해 딱히 시간 내어 취재를 다닌다든가, 집필 공간을 얻기 위해 창작 마을을 찾아다니는 유형은 절대 아닙니다. 저만의 서재에서 면벽하며 오직 원고지와 홀로 독대해서만이 뭔가를 쓸 수가 있는 체질이니까요.

 

Q : 소설을 쓰는 작가정신이 궁금합니다. 

A : 특별히 작가정신이랄 건 없고요, 글을 쓰는 제 나름의 철학관점이 있다면 그건 20세기 영국의 작가이자 문화비평가, 전기작품의 대가인 '리튼 스트렛치'의 다음과 같은 명언이 그 답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훌륭한 삶을 쓴다는 것은

훌륭한 삶을 사는 것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여기에서 훌륭한 삶이란 비단 역사적인 인물, 위대한 영웅들의 빛나는 삶을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란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 혹은 자신이 처한 불우한 운명의 궤적을 이겨내고 극기하여 그것이 곧 예술적 감동을 끌어내는 그러한 삶이, 리튼 스트렛치가 말하는 훌륭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현숙 소설가.                                                                                          © 포스트24

 

▶ 전작인 소설집 『히스의 언덕』도 그렇지만, 김현숙 소설가의 작품은 읽을 때마다 독자에게 시간을 되돌아보게 하는 숙제 하나를 던진다. ‘우리가’ 혹은 ‘내가’ 겪었거나 겪을 수 있는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다양한 등장인물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을 섬세한 문체로 그리며 주제를 심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번에 펴내는 장편소설 『흐린 강 저편』은 제목에서도 느껴지는 것처럼, 한 가족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깊이 있게 천착하고 있다. 나와 타인 사이에 놓인 흐린 강 저편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그 무엇이다. 가족 구성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이 작품은 다양한 계층 간의 충돌로 갈등하는 사회 문제로까지 주제가 확대된다. 

                - 김호운(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이사장)

 

 

​▶이 땅에 태어난 여인들의 삶은 어떤 것일까. 시집을 와 너른 들을 바라보니 가슴이 트이는 게 아니라 그게 자신에게는 영락없는 감옥 같았다는 열다섯 살의 새악시. 그 대지에 일곱 자식을 낳은 어머니와 저마다 다른 터전에서 자라 시집을 온 네 명의 며느리와 딸들의 삶이 또 한 편의 《대지》의 이야기처럼 펼쳐진다. 세상일은 합리로 다 설명할 수 없으며, 칠판 속의 어떤 지식도 땅에서 배운 지혜를 넘어 설 수 없다. 어머니가 간 길 뒤에는 그의 땀과 눈물로 또 하나의 강이 흐른다. 이 소설로 김현숙 작가가 우리 마음속에 ‘흐린 강 저편’으로 흘러가는 또 하나의 물길을 낸다. 

                 - 이순원(소설가, 김유정문학촌 촌장)

 

▶김현숙 작가의 장편소설 『흐린 강 저편』의 주인공 희연의 형상은 상당히 명확하다. 세대와, 가족의 관계 갈등 그 현장을 온몸으로 감당하면서도 소통의 통로를 만들려는 작가의 의도를 고스란히 반영하기 때문이다. 삶의 내면을 깊숙이 투시하여 그것의 보편적 성격을 보아내는 희연의 시선은, 삶의 내부와 외부 사이의 힘든 투쟁에서 나오는 절묘한 균형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 시선은 현실과 고투를 벌이는 인물들의 내면을 냉철하게 들여다보면서도 생의 고단한 진실을 포착하는 깊이를 지녔다. 이것은 김현숙 작가가 그동안 자신의 소설에서 생존의 숭엄함을 일관되게 그려왔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그렇기에 『흐린 강 저편』은 고단한 현실을 살아왔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따뜻한 위로이다.  

                    -  김성달(소설가, 한국소설가협회 상임이사)

 

 

 

       

           ▲ 김현숙 소설가

 

  【약력】

 □ 198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골고다의 길」로 문단에 나온 저자는 그해 다른 유수 문예지에서도 연이어 당선되어 3관왕의 영예를 차지하는 문운을 누리며 화려하게 등단했다. 그러나 삶이 문학에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고수하며 한동안 침묵하였다. 그러다가 2002년 주옥같은 단편을 모은 첫 창작집 『하얀 시계』로 문단에 그 존재감을 드러내며 활동을 재개했다. 2020년 신작 장편소설 『흐린 강 저편』은 지난 2년간 계간 ≪리토피아≫에 연재한 작품을 묶어낸 장편이다.

 

 

 【편집=이영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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