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작은 일에 화가 나는가
김단혜 수필가
언제부터인가 남편의 말투. 표정 말의 높낮이조차 마음을 건드릴 때가 많아졌다. 자기 통제력이 약해져서일까. 몸의 변화가 느껴질 때 나이 드는 것을 실감한다면 마음의 변화가 느껴질 때 노인이 된 기분이다. 늙는다는 것은 감정선이 돼지비계처럼 두꺼워져 그 상태가 오래가는 것이라고 했다. 언제부터인가 감정이 뱃살처럼 두둑해짐을 느낀다. 뇌의 전두엽에서 불안한 생각과 정서를 억제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이 들쑥날쑥하다는 전문가의 글에 온몸이 오싹해지며 두렵고 무섭다.
어제 저녁의 일이다.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를 뜯고 남편이 좋아하는 고수까지 푸른 채소를 한 바구니 씻었다. 이지그릴에 고기도 제대로 구웠다. 밥을 한 그릇 비우고 난 남편은 평소처럼 물 좀 달라고 했다. 그냥 물 좀 달라면 괜찮은데 시원한 물을 달라는 것이다. 사실 정수기에선 시원한 물이 늘 나오고 있어 시원한 거라고 말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아니 정수기가 바로 앞에 있는데 일어나서 누르기만 하면 되는 데 말이다. 집이 넓은 것도 아니고 식탁에서 일어나기만 하면 정수기 앞인데 그걸 시키느냐고 한마디 하고 싶은 걸 참았다. 저녁식사 후 비스듬히 누워 텔레비전을 보던 남편은 이번에는 어깨가 아프니 약을 달라는 것이다. 약을 갖다 주었다. 또 이번에도 시원한 물을 달라고 한다. 거기에서 버럭 화가 났다. 정말 아갈머리를 확….
‘딩동’ 친구 모임에서 난 요즘 이렇게 물 달라는 소리에 버럭 화가 난다고 말하자.
▲ 김단혜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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