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장

천자 수필, 김후곤 수필읽기 (3)

이지우 기자 | 기사입력 2020/05/15 [17:40]

모란장

천자 수필, 김후곤 수필읽기 (3)

이지우 기자 | 입력 : 2020/05/15 [17:40]

                                                    모란장

 

                                                                                            김 후 곤  소설가

 

전철 출구를 나선다. 하마 입처럼 크게 벌리고 있는 출구에는 막 올라온 사람과 내려가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로 조금씩 부딪치며 앞으로 나아간다.
젊은이는 드물다. 모두 노인이다하면 그렇지만은 않다.
김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옥수수를 비닐봉지에 두 개씩 넣고 돌돌 말아 쌓아놓으며 “천 원!”이라 소리친다. 금방 보이지 않는 김 속에 옥수수의 구수함이 함께 떠돈다. 그 옆에는 무슨 모시 송편하며 이도 천 원이란다. 어렸을 때 모시떡을 먹어본 기억이 있나. 없다.
행동거지가 굼뜬 노인네가 담배를 검지와 엄지로 꼬부려 잡고 연신 연기를 내뿜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오직 담배 피는 일이야라는 듯 어슬렁거리며 열심히 빨아댄다. 양볼이 쏘옥 들어가는 모습에서 궁기가 보인다. 지나가던 할머니 “이 영감탱이야!” 연기를 흐트러뜨리며 손사래를 친다.


꾀죄죄한 ‘佛福’ 종이상자 뒤에 상자만큼이나 후줄근한 스님 옷에 밀림 모자를 쓴 중이 목탁을 두드리며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으로 복을 불러 기원한다. 옆에서 기웃거리던 말라깽이 노인이 상자 앞에 아둔한 걸음을 부린다. 말라깽이는 주머니에서 두 번 접힌 천 원짜리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을 ‘佛福’함에 넣는다. 중의 알아들을 수 없는 중얼거림에 생기가 묻어나고 목탁은 경쾌해진다. 중과 노인은 서로를 향해 합장한다.
접혀진 종이 상자가 차곡차곡 쟁여져 있는 리어카를, 허리 굽은 할매가 손잡이에 매달려 이리저리 밀고 나간다. 리어카가 할매를 끌고 가는 모양새다. 리어카가 지나는 사람들의 허벅지를 건드린다. 허벅지를 쓰윽 문지르는 사람, 할매, 이들은 무심히 지나친다.


삭정이 같은 손을 맞잡은 늙은 부부가 버둥대다 감, 사과 더미를 밀친다. 사과와 감이 무너져 길에 흩어진다. 삭정이 부부는 멀건이 쳐다보고, 과일장수는 바쁠 것, 아쉬울 것 없다는 듯, 말없이 얼른얼른 감과 사과를 주워 올린다.
장터 깊은 곳에서 각설이 타령이 들려온다.
“작년에 왔던 각설이~.”
“골라, 골라!”
소리는 더 가깝다.
소란스러움, 이런 어지러움이 좋을 때가 있다. 모란장이다.

 

 

 

 

 

 

 ▲김후곤 소설가

 

  [약력]

 □ 현,청하문학중앙회 부회장

 □ 소설가. 수필가

 □ 수필집  『그게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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